늙음, 가벼워진다는 자유/ 김명인 제 살의 고향도 허공이라며 어제 못 보던 구름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난 아직 날개 못 단 새끼라고 말씀드리면 머지않아 내 살도 새털처럼 가벼워져 푸른 하늘에 섞이는 걸까? 털리는 것이 아니라면 살은 아예 없었던 것 이승에서 꿔 입는 옷 같은 것 더는 분간할 일 없어진 능선 저쪽으로 어둠을 타고 넘어갈 작정인가, 한 구름이 문득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살」 부분 시집 곳곳에는 늙어가는 몸에 대한 사유가 묻어난다. 한 시절 울울창창한 숲처럼 풍성했던 살과 뼈는 ‘예전 같지 않지만’ 시인은 “운신 한결 가벼워졌다”며 이를 삶의 한 과정으로 수용한다. “살은 이승에서 꿔 입는 옷”이라는 그는 줄어드는 몸을 수긍하며 도리어 이를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