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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불길 김우연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네. 왜군에 박수 치며 관리 잡아 넘기었고 궁궐도 불을 태우며 한을 풀던 민초들. 나라가 흔들린 틈에 관아 점령한 동학군에 끝내는 일제강점기 모진 세월 부르더니 남북이 분단되어도 남남갈등만 부추기고. 독도를 둘러싸고도 잿밥 같은 갈라치기 백두산과 만주벌판 중국에는 눈을 감고 저토록 시커먼 물결 동북공정엔 침묵하네. 일만 년 우리 역사 그 반으로 줄여놓고 단군조선 신화라고 식민사관 변함없네 북핵을 눈앞에 두고도 환상에 잡혀 불태우네.

김우연 시조 2022.07.27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에서 김우연 용광로 나온 쇳물 새롭게 태어나듯 두 물이 하나 되어 현재만이 흘러가네 더 이상 알 수도 없고 볼 수 없는 지난날. 한 생명이 태어남은 새 강물이 흐르는 것 억겁의 인연들이 다 녹아 흐르는 것 멈춘 듯 흐르는 강물 도도하게 흐른다. 바다에 모인 강물 쉬지 않고 출렁이듯 마음의 바다에도 끊임없는 파도와 해류 저 둘을 진실로 멈춰야 아침 해가 솟으리. -2022.7.20

김우연 시조 2022.07.20

봄하늘-조동화

봄 하늘 조동화 먼 산 능선들을 둑으로 둘러막아 빈 못에 물 채우듯 찰랑찰랑 가둔 푸름 때마침 큰고니 같은 구름 한 점 떠간다. -24호( 2020) 동시조이다. 봄하늘이 너무 파랗다. 그것이 마치 호수의 물과 같다. 그런데 저 먼 산의 능선들이 호수의 둑이 되고 봄하늘은 그 호수의 물이 된다. 그리고 '큰고니 같은' 흰 구름은 마치 호수에서 헤엄치는 큰고니과 같다는 것이다. 한 폭의 수채화이다. 시인의 마음도 저 호수의 청정무구한 물을 닮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봄하늘이 호수의 물과 같다는 동심의 착상이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만들었다. 봄이 오면 꽃이 온 산이 연초록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의 동쪽은 특히 산악지방으로 산에 올라서 보면 연이어 있는 능선들이 마치 물결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런 모습..

차의 오미

장호병, 「실화상봉實花相逢」에서,《문장》(59호, 2021겨울) 권두칼럼 차꽃은 대부분 다섯 잎으로 차의 오미 –고苦, 감甘, 산酸, 삽澁, 함鹹을 뜻하다. 이 오미가 바로 인생의 참맛이 아니겠는가. 어느 하나라도 그 맛을 모른다면 인생의 참 의미를 모른다 할 것이다. 어누 어렵게[苦]도 살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쉽게나 편해[甘]서도 아니 될 것이다. 신 맛으로 너무 티를 내는[酸] 것도 곤란하고, 떫거나 껄끄럽게[澁], 너무 짜게[鹹] 사는 것 또한 좋지 않다.

물이 이렇게 많지만 인간 문명과 지구상의 생물에 없어선 안 될 담수(淡水: 염분이 없는 물)는 정말 적습니다. 지구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 2.5%만 담수입니다. 이것도 다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 중 3분의 2가 얼음이나 빙하에 묶여 있습니다. 남은 3분의 1도 즉각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대부분은 암반층으로 덮인 지하대수층(수㎞ 지하에 고립된 호수) 아래 있어서 접근하기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그럼 이렇게 저렇게 갇혀 있지 않은 담수는 얼마나 될까요? 겨우 0.003%라고 합니다. 냉대 지역이나 토양 속 수분, 동식물의 몸속, 혹은 공기 중의 수증기 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빼고 그렇습니다. 강과 개천, 시내에 존재하는 담수는 전체 물의 6만분의 1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조선의 딸, 조선의 잔다르크(토지에서)

조선의 딸, 조선의 잔다르크 -(토지)에서 그 말 대꾸는 없이 인성은, “사회 자체가 거대한 에고이즘의 덩어리라는 말은 맞는 말이네. 전폭적인 긍정으로 감상주의에 흐르는 것도 대단히 위험한 일이야. 더더구나 민족주의를 휘두르고 나가는 사람들에겐…… 사회주의자들도 마찬가지야. 민중에게 절망하는 것도 그러하나 큰 기대를 거는 것도 어리석어. 실체를 뚫어보지 않고 하는 일은 결국 붕괴된다.” 인성은 말을 계속할 듯했으나 그만둔다. “그래 어떤 뜻에선 사회가 인실을 배신했지. 그러나 인실이도 피해망상이었어. 친일파나 할 일 없는 한량들의 입방아쯤 무시해도 좋았을 게야. 누가 뭐래도 인실은 조선의 딸이고 조선의 잔다르크야.”(박경리 , 『토지』 15권(4부 3권)152쪽) 항일의식이 강한 신여성으로 조국에 대한 ..

존 로버트 코미어John Robert Cormier 잠들다

존 로버트 코미어John Robert Cormier 잠들다 김우연 캐나다 열아홉 청춘 포연 속을 누비더니 부산 유엔공원 전우들 옆에 잠이 드니 칠십 년 간직한 꿈이 달맞이꽃으로 피었다. 불타고 죽던 이 땅에 풀빛으로 살아나서 누리호는 창공으로 훨훨 날아가며 이토록 찬란한 영광을 영웅들께 바치네. -2022.06.21.(하지) □ 2022.6.21. 누리호가 발사 성공한 날에 안장식을 가졌음.

김우연 시조 202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