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의 좋은 시조 읽기(현대시조)

봄하늘-조동화

가산바위 2022. 7. 14. 16:32

봄 하늘

 

조동화

 

먼 산

능선들을

둑으로 

둘러막아

 

빈 못에

물 채우듯

찰랑찰랑

가둔 푸름

 

때마침

큰고니 같은

구름 한 점

떠간다.

    -<대구시조>24호( 2020)

 

<김우연 해설> 동시조이다. 봄하늘이 너무 파랗다. 그것이 마치 호수의 물과 같다. 그런데 저 먼 산의 능선들이 호수의 둑이 되고 봄하늘은 그 호수의 물이 된다. 그리고 '큰고니 같은' 흰 구름은 마치 호수에서 헤엄치는 큰고니과 같다는 것이다. 한 폭의 수채화이다. 시인의 마음도 저 호수의 청정무구한  물을 닮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봄하늘이 호수의 물과 같다는 동심의 착상이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만들었다.

봄이 오면 꽃이 온 산이 연초록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의 동쪽은 특히 산악지방으로 산에 올라서 보면 연이어 있는 능선들이 마치 물결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런 모습을 거대한 못, 어쩌면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상상하고 있다. 종장에서 흰 구름을 구름을 '큰고니'로 비유하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렇게만 본다면 겉모습만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산과 산 사이에 작은 들판과 촌락들, 심지어 현대의 아파트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건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의 눈으로만 바라보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시인은 인간과 인간의 역사도 넓게 보면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자연은 스스로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인간들은 흰 구름처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일 뿐이다. 하물며 잠시 우리 머리 속에 스치는 생각의 구름은 더욱 순간적일 뿐이다.

인간세계의 갈등과 투쟁은 그냥 욕심일 뿐이라는 깨우침을 주고 있다. 새롭게 눈을 뜨면 '푸름'이 출렁거리는 생명의 물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단시조에 이토록 웅장한 시상과 철학을 담는 조동화 시인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