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의 동인지, 시집 평론 41

단아한 정형시의 꽃-진길자 시인의 『모래의 여정』

단아한 정형시의 꽃 -진길자 시인의『모래의 여정』 김우연(시조시인·문학평론가) 단아한 정형시(定型詩) 향목(向木) 진길자(秦吉子)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강남지부 회장이며, 낙강문학회에 입회한 이후로 변함없이 좋은 작품과 물심양면으로 낙강에 애정을 보여왔다. 현존 가장 오래된 시조문학회인 을 유지 발전시키고자 하는 염원 때문일 것이다. 금년에 제4시조집『모래의 여정』(열린출판사, 2021.3)을 발간하였다. 거의 단시조로 엮었으며, 3장 6구 12소절의 정형시와 3·4조의 음수율까지 잘 지키고 있다. 특히 현대시조가 쉬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표현 위주의 호평으로 인하여 시인들은 어렵게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일반 독자들은 대체로 자유시보다도 오히려 시조가 더 어렵다고 ..

박영교론(2021)

안내자로서 그리는 ‘새 지도’ -박영교론 김우연 1. 들어가며 와남(蛙南) 박영교(朴永敎) 선생은 시인, 교육자, 신앙인, 농부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나 그 중심축은 진실한 삶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정도(正道)를 지켜 살면서/ 나는 마지막 소원을 쓴다, 이 한밤/ 불의(不義)를 모아/ 다 태우고 떠나고 싶다”(낙강53집(2020),「유서․2」 첫 수 초장, 둘째 수 종장)고 하고 있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정신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본다. 그리하여 시집마다 부정을 타파하고 따뜻한 사랑이 넘쳐흐르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와남(蛙南) 선생은 1972년 등단한 이래 왕성한 시조 창작 및 평론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리하여 시조의 저변 확대는 물론 문학성이 ..

현대시조 130호(2016 겨울호)-박영교론

안내자로서 그리는 ‘새 지도’ -박영교,『아직도 못 다한 말』(2016) 김우연 1. 들어가며 와남(蛙南) 박영교(朴永敎)) 시인은 “시는 그 시인의 인격인 동시에 그 사람의 자존심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1972년 자유시 3회 추천 완료(김요섭) 하였으며, 1973∼1975년『현대시학』에 이영도 시인을 스승으로 하여 3회 추천을 완료하였다. 원고를 가지고 이영도 선생을 찾아가면 꿇어앉아서 작품마다 엄하게 선생님의 질책과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한 작품마다 정성을 다하여 작품을 쓰는 태도는 후일 후배 시인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있다. 또한 이영도 선생은 원고지를 함부러 버리지 않고 가위로 오려서 퇴고하는 글자 위에 한 칸 한 칸 오려 붙이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아서 모든 일에 최..

인류 구원의 푸른 숲-김월준의 시조세계

인류 구원의 푸른 숲 - 김월준의 시조세계 김우연(시인·문학평론가) 1. 인간적인 길 김월준 시인은 1937년 경주 황남동에서 출생하였다.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항아리」및《자유문학》에 시「제삼무대」가 당선되었으며, 1966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나무」가 당선되었다. 첫 시조집『꽃과 바람과』(1996), 제3시조집『푸른 말 내닫다』(2016), 제4시조집『푸른 숲』(2020)을 살펴볼 때 약 60년 동안 그가 일관되게 추구한 시 정신은 한 마디로 ‘푸른’으로 상징되는 구원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푸른’ 색채로 가득한 것이다. 그것은 유한한 존재인 사람이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걸어가야 할 가장 바람직한 길을 상징한 것이다. 그래서 대긍정, 사랑, 비움, ..

비움으로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김임순 시조집 『비어 있어도』

비움으로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 -김임순 시조집 『비어 있어도』 김 우 연 1. 비움의 미학 김임순 시인은 경남 창녕 출생으로 2013년《부산시조》및《시와 소금》으로 등단하였다. 제2시조집『비어 있어도』(2018)는 비움으로 그려낸 한 폭의 수묵화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그윽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화자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우리의 삶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하여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1980년대의 예술이 부정적인 드러냄으로서의 연대감 속에서 형성·발전되어 가는 것에 비판을 가한 이기철 교수는 “이성복의 시는 거의 현실에 대한 사시안적인 눈과 부정적인 드러냄의 미학에 몰입되어 있다”라며 ‘시는 언제나 보편적인 가치에로 귀속된다’는 일반적인 명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래서 김..

풀뿌리 얼싸안는 아리랑 노래-최성아 시조집 『아리랑 DNA』

풀뿌리 얼싸안는 아리랑 노래 -최성아 시조집 『아리랑 DNA』 김우연 1. 공동체 의식 한 권의 시집에는 시인이 지향하는 의식의 흔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의식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고정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란 것은 토막난 나무토막 같은 것이 아니라 토막난 말의 조각을 이어붙여서 다듬어 놓은 재창조된 어떤 것이기 때문에 한 권의 시집에 나타난 시인의 의식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길이기도 하다. 최성아 시인의 시조집『아리앙 DNA』(책만드는집, 2020. 7.)은 시인이 “은유의 그루터기에 꽃불 환히 잇기를”(「여는 시」에서) 추구한 끝에 얻은 은유와 상징의 열매들로 갈무리 되어 있다. 시집을 관류하는 큰 줄기의 시인의 의식은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여 밝고 희망..

김소해 단시조집 <대장장이이의 딸>

단시조로 꽃피운 화엄의 달빛 - 김소해 단시조집『대장장이의 딸』 김우연 1. 단시조의 달관 시조는 단시조가 본령(本領)이다. 현대시조 개척기에서 지금까지 약 100년간은 연시조에서 꽃을 피웠다. 그러나 시조의 세계화로 나가는 지금은 단시조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전(花田) 김소해 시인의 단시조집『대장장이의 딸』(작가, 2020)은 75편 모두 단시조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독자들에게 기쁨과 다양한 사유를 하게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이 단시조를 다루는 솜씨가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우주에서부터 작은 씨앗 하나까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자유자재하다. 그 바탕에는 우주와 뭇 생명과 하나가 되는 화엄의 사상, 사랑의 사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화엄이라 하여 특정한 종교를..

시조, 세계화의 길을 걷다-최순향,『행복한 저녁』

시조, 세계화의 길을 걷다 -최순향,『행복한 저녁』 김우연 1. 시조의 세계화 1920년대 시조부흥운동을 일으킨 지 약 100년이 되었다. 이제 한류 바람과 함께 시조의 세계화의 불길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하정(荷汀) 최순향의 제4시조집『행복한 저녁』(2020.6.)은 단시조 80편을 우형숙의 영역(英譯)과 함께 실어 세계화로 향한 길을 내딛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시조의 세계화의 첫 걸음과 마지막은 시조의 본령이라는 단시조가 그 핵심이 될 것이다.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 정형시인 시조의 세계화가 되려면 우리말과 글로 표현하고 우리의 사상이 녹아야 진정한 세계화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시조를 번역해서라도 한국의 정형시가 700년 이상 이어온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