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 감상 14

신해자 -노창수 서평

노창수, 「일상에 대한 서정적인 소통-신해자 시인의 시 세계」, 『문학공간』,2022년 3월호. 파도의 몸짓으로/ 갯벌을 밤마다 핥다가/ 동쪽 별과 동침하더니/ 꼭두새벽에 여명을 깨우며/ 붉은 태양을 분만한다// 양기를 모아/ 양수 흐르는 소리/ 벌겋게 핏물 쏟으며/ 미역 향기 살 냄새로/ 갯바람을 유혹한다/ 수억 년 세월을 희롱하며/ 우주를 품은 여인이다// 용광로 빛 핏덩이를/ 뿜어내는 레그흔이다./ 꼬끼오 횃불 들고/ 아침을 홰친다 -〈정동진> 전문 지금까지 읽어 온 신해자 시 중 수작에 해당하는 이란 작품이다. 시에 동원된 시어들만 봐도 원초적인 생명성을 구현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 위엄을 밝히고 있다. “동쪽 별과 동침”, “붉은 태양을 분만”, “양수 흐르는 소리”, “미역 향기 살 냄새”, ..

자유시 감상 2022.04.18

문효치-대앙암 일출 외

문효치 시선집, 『대왕암 일출』(청어, 2014) 새롭게 태어날 추억과 사랑을 위해 허파의 한가운데쯤 제단을 쌓았다 막 솟아오르는 해 내 제단에 입히고 어깨에서 잠자던 새들 새들 새들 일제히 깨어나 비상을 한다 둥둥둥둥 바다는 북을 친다 -문효치, 「대왕암 일출」전문 고치 속에 부처님 한 분 계신다 햇빛 같은 실로 온몸을 감싸고 눈 감고 귀 귀막고 입 닫고 그리고 숨도 쉬지 않으면서 묵언 정진하다가 계절이 바뀌고 맑은 날 올 때 문득 툭툭 털고 깨어나 징그러웠던 몸에 날개를 달고 허공에 띄워 올릴 때 벌레는 어느덧 부처가 된다 -문효치,「모시나비」 전문 별똥별이 우리의 평상 위로 비처럼 내리던 때가 있었다 은하의 물결도 우리 모두 적시며 옷 속으로 흐르고 텃밭의 옥수숫잎은 홍건히 젖은 채 미역처럼 너울거..

자유시 감상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