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 감상

4음보율의 자유시 편들

가산바위 2017. 2. 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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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형의 가치

 

3-7 4음보율의 자유시 편들

 

시조 형식은 4음보율의 3시행이 기본이다. 이 음보 구분에서 단순한 낱글자 수나 어절(띄어쓰기 단위)보다 휴지부(休止部=√)가 더 중요하다. 그것은 음보의 기본 마디로 제일 중요하다.

 

①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②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番)/

③ 저 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④ 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김소월,「가는 길」일부

 

모든 시편을 읽으려면 반드시 휴지부(休止部=√)가 있다. 휴지부란 시의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낭송자가 쉬었다 읽는 곳이다. ①마디에서 ‘하니√ 그리워’는 그 중간에 휴지부가 있어, 2음보로 읽힌다. 따라서 ①마디는 4음보율로 읽힌다.

②마디의 ‘다시 더√ 한 번 番’에도 중간에 휴지부가 있으니, 이것도 2음보로 읽힌다. 따라서 ②마디도 4음보율로 읽힌다. 더욱이 ④마디에서 ‘해√진다고’는 반드시 2음보로 읽힌다. 그것이 1음보로 읽히면, 의미가 달라진다. 이렇게 음보의 기본 단위로 어절이나 자수보다 휴지부가 중요시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실이 위 인용시로 분명히 드러난다. 따라서 그것은 모두 다음과 같이 4음보율로 읽힌다.

 

① 그립다√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②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番)√

③ 저√ 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④ 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107~108쪽)

 

소월의 시집에 4음보율이 기본인 자유시 71편이 있다. 이는 시집 전체의 58%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소월이 3음보율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실제 4음보율을 더 많이 활용했다. 따라서 그는 시조 율격을 자유시에 활용한 전통적인 서정 시인에 속한다.(109쪽)

 

『정지용 시집』에 87개 시편들이 수록 되어 있다. (중략) 또 4음보율인 것이 것이 45편이다. 이렇게 그의 첫 시집 중에 4음보율 기본인 것이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109쪽)

김영랑의 시집에도 4음보율이 기본인 시편들이 많다. 그의 자유시 편들엔 시조처럼 제목이 없고 일련번호만이 있다. 조동일은 김영랑을 전통적인 3음보격을 계승한 시인으로 보았다. 하지만 3음보율을 확실히 지킨 시편은 4편 뿐이다. 반면 4음보율이 정확하게 지켜진 것은 12편이다. 또 4음보율이 변형된 17편이 있다.

 

님두시고√ 가는 길의√애끈한√ 마음이여√

한숨쉬며√ 꺼질듯한√ 조매로운√ 꿈길이여√

이밤은√ 캄캄한√ 어느뉘√ 시골인가√

이슬가치√ 고힌눈물을√ 손끗으로√ 깨치나니√

-「10」전문

 

그색시√ 서럽다√ 그얼골√ 그동자가√

가을하늘가에√ 도는√ 바람슷긴√ 구름조각√

핼슥하고√서느라워√ 어대로√ 떠갓스랴√

그색시√ 서럽다√옛날의√ 옛날의√

-「19」전문

 

위 시편들에서 어절이나 글자 수보다 낭송시 휴지소를 기준으로 필자는 음보의 마디들을 구분했다. 당시 영랑처럼 4음보 율격을 지닌 자유시 편들을 발표한 시인들이 많다. 이 사실은 20세기 전기에 시조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시인들이 자유시편을 많이 쓴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굵은 글씨: 발췌자가 임의로 한 것.

민병기,『현대 시·시조 통합 이론』,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 2016. (219∼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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