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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만큼 보인다

원래 김은 바다의 잡초(Seaweed) 또는 블랙페이퍼(Black Paper)로 불리며 서양에서 혐오 식품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서야 일반 해조류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으면서도, 칼로리는 비교적 낮은 '슈퍼 푸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Korea seaweed'를 검색하면 외국인들의 한국김 리뷰가 여러 건 노출된다. 밥 투정하는 유아들이 김은 곧잘 먹는다는 것을 서양 부모들도 어느 정도 알아챈 듯 하다. 영화배우 휴 잭맨이 그의 딸 에바와 길거리를 거닐며 김을 먹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병도-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민병도 때늦은 꽃맞이에 대웅전이 헛간이네 부처 보기 민망한 시자侍子마저 꽃구경 가고 절 마당 홀로 뒹구는 오금저린 풍경소리 무시로 생목 꺾어 투신하는 동백꽃 앞에 너도 나도 돌아앉아 왁자하던 말을 버리네 짓다 만 바람집 한 채 그마저도 버리네 비루한 과거 따윈 더 이상 묻지도 않네 저마다 집을 떠나 그리움에 닿을 동안 오던 길 돌려보내고 나도 잠시 헛간이네 -《가람시학》11호(202)) 이 작품의 핵심어는 ‘헛간’이다. 첫 수 초장에서 ‘헛간이네’가 마지막 수 종장에서 다시 반복되어 끝난다. 첫 수에서는 상춘객과 함께 시자도 동백꽃을 보러 나가고 대웅전은 ‘헛간’이 되었다. 텅 빈 ‘헛간’은 바로 가장 고요한 상태, 바로 부처만이 존재하는 ‘적멸’의 상태가 된다. 둘째 수에서는 뚝뚝 떨어지는 ..

봄 하늘(조동화)

봄 하늘 조동화 먼 산 능선들을 둑으로 둘러막아 빈 못에 물 채우듯 찰랑찰랑 가둔 푸름 때마침 큰고니 같은 구름 한 점 떠간다. -24호( 2020) 동시조이다. 봄하늘이 너무 파랗다. 그것이 마치 호수의 물과 같다. 그런데 저 먼 산의 능선들이 호수의 둑이 되고 봄하늘은 그 호수의 물이 된다. 그리고 '큰고니 같은' 흰 구름은 마치 호수에서 헤엄치는 큰고니과 같다는 것이다. 한 폭의 수채화이다. 시인의 마음도 저 호수의 청정무구한 물을 닮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봄하늘이 호수의 물과 같다는 동심의 착상이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만들었다. 봄이 오면 꽃이 온 산이 연초록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의 동쪽은 특히 산악지방으로 산에 올라서 보면 연이어 있는 능선들이 마치 물결처럼 보인다. 시인은 이런 모습..

암송시조 2022.05.06

신해자 -노창수 서평

노창수, 「일상에 대한 서정적인 소통-신해자 시인의 시 세계」, 『문학공간』,2022년 3월호. 파도의 몸짓으로/ 갯벌을 밤마다 핥다가/ 동쪽 별과 동침하더니/ 꼭두새벽에 여명을 깨우며/ 붉은 태양을 분만한다// 양기를 모아/ 양수 흐르는 소리/ 벌겋게 핏물 쏟으며/ 미역 향기 살 냄새로/ 갯바람을 유혹한다/ 수억 년 세월을 희롱하며/ 우주를 품은 여인이다// 용광로 빛 핏덩이를/ 뿜어내는 레그흔이다./ 꼬끼오 횃불 들고/ 아침을 홰친다 -〈정동진> 전문 지금까지 읽어 온 신해자 시 중 수작에 해당하는 이란 작품이다. 시에 동원된 시어들만 봐도 원초적인 생명성을 구현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 위엄을 밝히고 있다. “동쪽 별과 동침”, “붉은 태양을 분만”, “양수 흐르는 소리”, “미역 향기 살 냄새”, ..

자유시 감상 2022.04.18

동학 시천교-박경리 토지5권에서

박경리, 『토지』 5. 동학의 거물이며 일진회 회장이던 이용구가 교주 손병희와 손을 끊고 갈라져 나오면서 개칭(改稱)한 동학교의 분파 시천교는 한때 간도에서 만을 헤아리는 교도에 십여 개 사립학교까지 설립하는 등 그 교세(敎勢)가 만만치 않았었다. 간도의 시천교란 본시 일진회에 소속된 동학교도로서 노일전쟁 때 소위 북진군 수송대(北進軍輸送隊)라는 것에 참가, 혹은 첩보원 등 일본군에 사역되다가 전쟁이 끝나자 그 일부가 흘러들어왔는데 때마침 간도의 조선인을 보호한다는 허울 좋은 구시를 앞세운 일본이 통감부 파출소(統監府派出所)와 헌병 분견소(憲兵分遣所)를 설치하게 되면서부터 일본 세력을 업은 시천교는 크게 교세를 확장해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재작년 십일월 청일협약(淸日協約)으로 통감부 파출소가 철수하고..

독서자료 2022.03.30

차경남, 『노자,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에서

차경남, 『노자,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 글라이더, 2018. 오늘날 종교(religion)란 인류의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다. 체육인, 음악인은 물론 예술가와 문학인 심지어는 그 까다로운 철학자들까지도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서로 만나 즐겁게 사귀고 화합할 줄 아는데, 유독 종교인들만은 그게 안 된다.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인과 만나면 서로 욕하고, 싸우며, 총을 쏘고, 폭탄을 던진다. 원래는 인간과 우주를 다시(再, re) 다시 연결시킨다(legare)는 의미였던 종교(religion)가 오늘날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단절시키며, 세계와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가? 그것은 한 마디로 사람들이 노자와 같은 인류의 참 스승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시끌벅적한 사이비 선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