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론
-도시의 삶과 자연과의 조화
김우연
1.
정희경 시인의 첫시조집 『지슬리』(2014)에는 16편씩 5부로 되어 있으며 모두 80편의 시조를 실었다. 단시조 12편(15%), 연시조 72편(84%), 사설시조 1편(1%)이다. 연시조는 2수 연시조 24편(30%), 3수의 연시조 38편(48%)로 나타나고 있다. 두, 세 수의 연시조를 즐겨 쓰는 시인임을 알 수 있다.
이 시집에는 도시의 삶을 상징하는 ‘센텀시티’와 자연속의 삶을 상징하는 고향 ‘지슬리’의 두 개의 축이 바탕이 되어 있다. 현실의 삶은 각박한 도시에서 살지만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이 도시의 삶 속에서도 건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2.
시인이 살고 있는 현실인 도시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을 살펴본다.
수영강에 누웠다, 배 드러낸 숭어 떼//
침묵하는 물결 위로 왜가리 맴을 돌고//
물거품 흰 띠를 둘러//
조문이 한창이다
강과 바다 그 경계 넘나들던 산란의 꿈//
가라앉은 유리창에 수초인 양 부딪힌 날//
빌딩들 센텀시티에//
조등을 내건다
-「숭어와 센텀시티2」. 전문
첫째 수에서 ‘숭어 떼’의 죽음을 나타내었다. 환경 파괴로 인하여 숭어들이 죽은 것이며 이런 현실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 이런 시인의 심정을 물거품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둘째 수에서 수족관의 갇혀서 산란의 꿈을 상실한 숭어는 결국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라서 빌딩들이 센텀시티에 조등을 건다는 것이다. 센텀시티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이 생태를 파괴하고 위험한 수준에 와 있음을 경고하고 고발한 것이다. 결국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하여 생태의 복원을 염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그는 결국 정신의 고향이자 하나의 유토피아인 ‘지슬리’를 떠올리게 된다.
「지슬리」는 10편으로 모두 부제목으로 되어 있다. 「입춘」,「하루살이」,「청도 시외버스 터미널」,「청도 소싸움」,「보리 베다」,「소한」,「적과(摘果)」, 「감물 드는 시간」, 「감식초」, 「건천(乾川)」등이다.
‘지슬리’는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에 소재하고 있다. 청도는 반시와 소싸움으로 잘 알려져 있고, 산세가 수려하여 대구 주변에서 전원도시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시의 제목만 보아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한 모습임을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추억으로 남으며 가끔은 찾아갈 고향의 자연 속의 생활은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지슬리」에 대한 추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순리를 깨닫고 노래하고 있다.
바람이 들락거리는 헛간에 매달려서
허공에 파종한다
맨살의 마늘 몇 접
땅 한 줌 물 한 모금 없는
겨울잠이 아리다
어디 너뿐이랴, 눈물을 감추는 이
홀쭉한 몸을 데워 마지막 남은 힘
때 되면 싹을 올린다
헛발질은
없다, 없다
-「입춘-지슬리」전문
첫째 수에서는 마늘은 “땅 한 줌 물 한 모금 없는”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고 새싹을 틔운다.
둘째 수에서는 “어디 너뿐이랴, 눈물을 감추는 이”라고 하며 모든 생명체들은 “홀쭉한 몸을 데워 마지막 남은 힘”을 다 하여 꽃피우고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강인한 생명력에 경이로움과 애처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정희경 시인 자신의 시작(詩作)에 대한 각오를 마늘로 슬쩍 환치하여 은근하면서도 단단한 각오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서 “나는 사물의 이면이 늘 궁금하다. 세상은 자꾸 흐려지고 멀어지는데 내 안경의 도수는 극점에 달하였고……. 그날/ 시조가 내게 왔다”라고 한 말은 시인의 시작에 대한 시선을 알 수 있게 한다. 시집의 첫 작품으로 실은 「입춘」은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시인의 삶의 태도와 시작(詩作)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보채는 시간에게
옷고름을 풀어헤쳤다
내어주고 내어준
어미의 빈 젖가슴
말갛게
눈물이 고인다
문드러진 살점에
-「감식초」 전문
감식초가 되는 과정을 잘 형상화하였다. 초장에서는 감식초가 되기 위한 시간의 기다림을 노래하였으며 중장에서는 ‘어미의 빈 젖가슴’이라하여 희생적인 모습을, 종장에서는 ‘문드러진 살점’에서 감식초가 완성됨을 “말갛게/ 눈물이 고인다”고 하였다.
희생과 기다림으로 완성되는 삶의 모습을 감식초를 통하여 보여준 것이다.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도 이와 같이 자식에게 이어갈 것임을 느끼게 한다.
「감물 드는 시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되어 가는 자연의 순리를 노래하고 있다. 우리의 유한한 인생도 마찬가지임을 느끼게 한다. “갈라지고 쪼개지고 더러는 문드러지고/ 늑골에 확 번지는 근황의 열꽃 몇 점/ 혈맥을 터트려 놓고 긴 겨울을 적는다”라고 셋째 수에서 노래하고 있다.
「지슬리」에서 자연의 순리를 깨닫기 위한 작품들도 있지만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고향에 대한 추억이나 고향의 모습 그 자체를 형상화에 초점을 둔 작품들이 있다.
「보리 베다」,「소한」, 「적과」,「건천」, 「청도 시외버스 터미널」,「청도 소싸움」등이다.
흰 배를 드러낸 자갈들을 들추면
무릎까지 차오르던 찰랑찰랑 선의 감각
잊혀진 검정 고무신
그 시간도 젖어 있어
-「건천(乾川)」부분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다저녁을 배경으로 보리 베는 지슬리
한낮의 초록이 노을로 따라오고
먼 산엔 밤나무꽃이 흐드러지게 재촉한다
다발로 묶여지는 봄날의 수런댐을
유월에 남겨 두고 우화(羽化)하는 밭두렁
바람은 종종걸음으로 낟알을 세고 있다
뒤집고 또 갈아서 허물도 삭을 때쯤
속내를 봉해 버린 찬란한 맥아 몇 알
지슬리, 비슬산 돌아 호랑나비 천지다
-「보리 베다-지슬리」전문
고향의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었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을 것인가. 시인의 고향이 무릉도원이 아니겠는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이 가득한 곳이다.
「지슬리」에서는 자연의 순리와 추억을 노래한 것 이외에 삶의 깨달음을 노래한 작품도 있다.
음력 유월 골목끝집 사과밭에 묻혔다.//
개구리 울음으로 어둠을 더듬다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떼로 오는 하루살이
불빛도 때때로는 가는 길이 아니어서//
새까맣게 타 버린 낙과(落果) 같은 가슴들//
별빛도 시동을 끄고//
어둠에 풍장한다
-「하루살이-지슬리」전문
첫째 수에서는 시골 골목끝집에 개구리 울음만이 들리는 어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하루살이가 떼로 몰려들었다.
둘째 수에서는 불빛이면 모여드는 하루살이는 결국 자동차에 부딪혀 죽게 된다. 뜨거운 불빛에 모여들다가 타 죽기도 한다. 그래서 “불빛도 때때로는 가는 길이 아니어서”라고 노래하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빛인 양 아주 강하게 다가오지만 잘못된 길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처럼 갈등이 심한 곳에서는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목소리 높이니 그것은 결국 ‘헤드라이트’ 불빛이 되어 사람들의 목숨도 하루살이처럼 변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인은 도시의 삶과 자연의 삶의 두 축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환경이 파괴된 곳이기도 하지만 도시는 현실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그리하여 도시의 환경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원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의 의식을 파악하는데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다.
휙흭 가는 고가도로 눈높이에 맞추어
자벌레 걸음으로 오동나무 달린다
말라서 그을린 얼굴
그대로 달고서
황사가 번져나가 암전은 시작되고
농담을 조절하는 바람과 불빛 사이
오동꽃, 센텀시티에
판막으로 서 있다.
-「오버랩(overlap)」전문
도시로 상징되는 센텀시티는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오동꽃이 판막과 같이 서 있다는 것이다. 판막이란 혈관이나 림프관 속에 있어, 피나 림프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는 막이다. 그러니 생태가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는 염원이자 경고로서 오동꽃이 판막으로 비유되었다. 오동꽃이 판막으로 서 있는 한 도시의 삶도 살 만한 곳이리라. 시인의 삶의 자세를 오동꽃으로 환치한 것이다. 시인은 도시의 삶을 살면서도 건강한 자연과 삶의 조화룰 이루겠다는 것이다. 시인의 현실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이나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을 부정하는 것은 진정한 생태의식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시인은 건강한 사회 의식을 지니고 현실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리하여 시인은 자신이 자연의 작은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햇살이 무게만큼 그늘을 세워보자
혼자 울던 낙동강 개켜 놓은 흔적들이
물풀들 등에 업고 서서 여백으로 풀릴 때
바람 되어 그 속을 흐를 수만 있다면
멈춰 버린 것들이 언어로 되살아나
고요의 저 가장자리쯤 애기부들 되고프다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저녁놀
밀물 같은 격정(激情)은 아니어도 좋아라
무채색 빛들의 늪에 초록 하나 더한다.
-「우포늪에서」전문
우포늪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이며 자연이 조화로운 곳이다. 인간 세상도 이런 싱그러움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둘째 수에서 “고요의 저 가장자리쯤 애기부들 되고프다”고 노래하고 있다. 가장자리에서 애기부들 가운에 하나로 서고 싶다는 것이다. 애기부들은 습지식물로 수질 정화작용이 뛰어난 식물이다. 시인은 애기부들과 같이 이 사회에서 맑은 사회로 만들도록 애정을 보태겠다는 마음을 겸손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상상으로 끝이 난다면 시인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현실이 도시에서도 이런 싱그러움이 가능하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숨을 멈춘 오후 3시
아파트 화단에 내 침묵이 앉아 있다
그림자, 씨방에 갖혀 여름이 가고 있다
천상의 빗물들이 파편으로 고여서
밑으로 밑으로만 절규하던 저 흡인력
푸르게 물들어가는 노을조차 소리 없다
흙의 눈물 높이 쏘아 축포를 터트려라
창마다 달려 있는 눈망울 깜박여라
별빛들 도시를 뚫고 지상에 다시 필 때
-「수국이 필 때」전문
첫째 수에서는 도시가 배경인 아파트 화단이다. 여름의 가로수 플라타너스는 온통 거리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수국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별빛들 도시를 뚫고 지상에 다시 필 때”라고 하여 별빛이 도시의 불빛에 지워지지 않음을 노래한 것이다. 결국 수국이 핀다는 것은 별빛들이 반짝이는 것과 같은 것이며, 도시의 삶도 희망적임을 노래한 것이다. 정희경 시인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감싸고 살아나가야 함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의 일관된 마음이 시집 전편에 담겨 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누구나 노래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그 해답을 찾아가거나 반성하기는 싶지 않다. 시인의 건강한 현실 인식을 알 수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며 고귀한 것이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시인에게 있어서 그 핵심은 아무래도 사랑일 것 같다.
사랑은 울음이다
한평생
지독한
한여름 개구리도
아파트 고양이도
온 천지
구애하는 밤
울음소리 흥건하다.
-「울다」부분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생명의 출렁거림도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불만족, 불평, 투쟁으로 바라보면 그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것은 세상을 파괴할 뿐 건설을 하지 못한다. 생명에 대한 대긍정은 평화를 낳고, 생명을 낳는다. 그 근본 뿌리가 사랑이다. 위 시를 읽으면서 사랑이 온 세상이 가득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희경 시인은 도시의 삶을 살면서도 약한 사람에 대해서는 연민의 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갯바위 골목길에 도열한 거푸집들
감천동 비탈길을 다닥다닥 옮겨와
하얗게 정지된 얼굴
해바라기 묵언 중
송곳 하나 꽂을 수 없는 숨 막히는 저 간격
그 틈새 햇살조각 푸새처럼 돋아날지
머물다 붙박이가 된
기다림의 변두리
돋보기로만 보이는 찰나 같은 물의 시간
긴 혀를 날름거려 짠물을 쿨럭이며
허기진 창문 안으로
달빛, 물빛 들인다.
-「따개비」전문
첫째 수에서 갯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를 보는 순간 달동네 감천동을 옮겨온 것이라고 떠올린다. 해바라기는 희망의 상징인데 그것은 묵언 중이라고 한다. 고단한 삶이 연속됨을 보여 준다. 둘째 수에서는 송곳 하나 꽂을 수 없을 만치 까맣게 바위에 붙어 있는 따개비를 보면서 숨 막히는 달동네를 연상한다. 그러나 희망을 가지지만 ‘기다림의 변두리’라고 하여 그 고단함은 짧은 시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셋째 수에서는 파도가 쉴 새 없이 들락거리는 바위를 보면서 달동네의 고단한 삶을 연상한다. 그러면서 ‘달빛, 물빛 들인다’며 그래도 희망이 깃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부산은 피난민들이 이룬 달동네가 많다. 그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활짝 해바라기 꽃을 피운 것이 우리의 현대사이다.
이처럼 시인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되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인의 가슴에 사랑의 마음이 일렁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달동네를 따개비로 환치시킨 것도 대단한 안목이다. ‘그 틈 햇살조각 푸새처럼 돋아날지’ ‘긴 혀를 날름거려 짠물을 쿨럭이며’란 표현들은 ‘낯설게 하기’의 참신한 표현들이다.
이 밖에도 「육교」, 「분꽃 피는 집」, 「벵갈고무나무」,「읽다」, 「내가 만난 사람4-아파트 경비원 이씨」,「인력시장」등의 작품이다. 결국 정희경 시인의 시의 소재들은 현실의 삶에서 대부분 구하며, 도시의 삶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시들이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삶에서 싱싱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도 있다. 「경매」에서는 “만선을 낚아챈 새벽 고등어가 부푼다”고 노래하여 역동적인 모습을 느끼게 한다.
「복원」의 연작시들은 제목만 보더라도 원상태, 즉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재개발 구겨진 땅에
요란한 포클레인
집 찾는 직박구리
목청이 찢어진다
쓰러진
매화 두 그루
흰 눈물 터진 봄날
-「복원 5-개화」전문
재개발로 인하여 자연은 훼손되고, 직박구리는 삶의 터를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매화꽃이 환하게 핀 봄날과 대조를 이루어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직박구리는 자연물이 될 수 있고, 살 집조차 제대로 없는 삶의 터를 잃어버린 하층민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시인은 직박구리가 삶의 터를 찾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상으로 돌아가고, 조화를 이루는 삶을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복원 1-방짜유기,「늙은 집」」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문명에서 소재를 얻은 작품으로 「AS」,「아바타(avatar)」이다. 이처럼 시인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다양한 현실에서 소재를 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표현의 참신함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깊은 사유 끝에 비유를 통하여 표현하여 자신의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3.
정희경 시인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주로 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꾹꾹 누른 말들이 한껏 부풀었다//
센텀시티 빌딩 사이 오 촉 등 흔들리는데//
수화로 건네주는 겨울//
보름달 따뜻하다.
-「전통호떡」전문
도시의 상징인 센텀시티에서 전통호떡을 통하여 그것을 보름달로 은유하였다. 따듯한 호떡처럼 “보름달 따뜻하다고”고 노래하였다.
도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평, 부정, 비판에 앞서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희경 시인은 의식은 ‘애기부들’로 ‘따뜻한 호떡’으로 사랑을 노래한 시집 『지슬리』는 독자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시집이다.
정희경 시인은 일상의 삶에 대한 긍정과 생태의식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의 삶이 고향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시와 자연의 가운데 오동꽃이 판막으로 서 있다. 이런 점에서 ‘오동꽃 판막의 시인’이라 부르고 싶다.
“생활 속에서 부대끼는 사물들의 소리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보듬되 희망의 메시지를 주자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시조가 곧 저의 생활이고 제 생활이 곧 시조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시인은 말한 바 있는데 시집 전편에 그런 내용들이 잘 형상화되어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하여 한 편 한 편마다 자신의 독특한 안목과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참신한 표현들은 각 편마다 ‘낯설게 하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사물의 이면’을 탐구하되 우리들의 삶이나 자신의 삶으로 환치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지슬리』는 우리시조단에서 또 하나의 향기로운 꽃송이를 피웠다. 앞으로도 조리질을 잘하면서 더욱 알차고 의미 있은 꽃을 피울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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