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평론을 찾아서(학자, 시인)

시조와 나, 그리고 따뜻한 우정 / 데이비드 맥캔(David R. McCann)

가산바위 2013. 11. 26. 15:15

시조와 나, 그리고 따뜻한 우정

 

데이비드 맥캔(David R. McCann, 1946~. 미국태생. 현재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하버드 한국한 연구소 소장. 207년 미국에서 한국 문학 전문 연간 문예지인 “진달래꽃(Azalea)을 창간)

 

나는 책과 번역을 통해서 시조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녹음된 시조창을 들으면서 관심을 키웠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시조에 빠져들게 되자 나처럼 그저 시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격려를 보내왔다. 리차드 러트(Richard Rutt)번역한 “대나무 숲(The Bamboo Grove)"이라는 한국 시조집이 캘리포니아대학 출판부에서 발간되자 나는 그 책을 구입했고 그 작품들은 곧바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번역본을 통해 계속 변화해 가는 토속어의 음절 수-영어로 번역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중요한 특징-에 맞추어 번역하고자 하는 리차드 러트의 결의와 노력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가족들오 시조의 멋스러움에 모두 감탄했다.(중략)

내가 영어로 시조를 쓴 것은 지난 두 해 동안의 일이다. 나는 한국시인협회의 세미나에서 ‘세계 속의 한국 문화’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해 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한류를 떠올렸고 또 국외에서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의 대중음악, 한국이 낳은 클래식 음악의 여러 대가들에 대해 기울이고 있는 관심을 떠올렸다. 나는 한국문학의 공연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시를 노래로 부르거나, 혹은 춤이나 다른 연극적인 공연을 통해 표현해 내거나 하는, 그리고 물론 작가의 낭독-이러한 공연적인 부분들은 분명 한국 시와 소설에 추가되면 좋을 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시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시조야말로 가장 진실되게, 직접적으로 이 모든 것을 체현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많은 목소리! 사무실에서 혹은 다른 정황 속에 벌어지는 즉흥적이고 창의적인 놀라운 순간들.

나는 올가을에 미국 보리프 출판사에서 “Urban Temple(도심의 절간)(2009)"이란 제목으로 첫 번째 영 시조집을 간행한다. 이 시조집에 실린 작품들 가운데는 2006년 여름에 쓴 일련의 영 시조들이 있다. 돌아보니 이 시조들은 내가 아직 한국 문학의 공연적인 측면을 포착해 내기 이전, 이 시형에 대한 첫 번째 시도들을 담고 있다. 어쩌면 이 시조들은 그 자체로 나의 글을 통해 형태화되고자 했던 시형자체의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난여름 나는 이화여대에서 여름 학기를 강의하면서 한 묶음의 시조를 썼고 나머지는 우리 가족의 연례 휴가지인 메인(Maine)에서 썼다. 이 작품들은 모두 짧고 3행시나 3연 시로 다양하게 구성되었으며 수사적 형태 전체적인 크기로 시조에 가깝게 구성되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시조라는 시형에 들어맞도록 다듬는 데에 상당한 힘을 들였다. 나는 하버더 대학가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인 ‘찰리의 부엌(Charlie's Kitchen)이란 곳에서 종종 시조에 대한 착상을 다듬는다. 그리고 식당에서 나누어 주는 냅킨 위에 이런저런 메모를 적어 둔 다음 학교의 연구실에서 혹은 집의 서재에서 그 메모들을 펼쳐 놓고 시조 창작을 몰두 한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요즘 계속 영 시조만을 쓰고 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내 새로운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에도 기쁨을 느낀다. ‘격주 목요일’이라는 시 모임의 구성원들, 아버지 리차드, 친구이자 뉴욕 톰킨스 카운티의 계관 시인인 폴 하밀(Paul Hamill), 이번 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조 대회를 개최한 시카고의 세종문화협회(Sejong Cultural Society) 등이 내게 베풀어 준 호의를 잊을 수 없다. 이렇게 관심이 커진다면, 대부분의 미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하이쿠 짓는 날’을 즐기듯이,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의 중․고등학교에 ‘시조 짓는 날’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시조에 대해서 하나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 여름 이화여대 모임에서 나는 즉흥적인 블루스 스타일의 시조를 음악가 버트란드 로렌스와 함께 공연하는 즐거움을 가졌다. 그 역시 곧 발매될 시디에 넣을 시조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 이러한 조그만 시작들이 있으니, 시조의 친구들인 우리 모둥게는 앞으로 더 좋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이형진 옮김)

 

출처 : 2012년용 교사 검토용

고형진 외, 『고등학교 문학Ⅱ』(천재문화)134~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