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6집 발간을 축하하며
참동인회에서 발간한 『참』6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알차고 귀중한 시조집을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독하여 읽어보았더니 ‘참’시조집임이 느껴졌습니다.
5명의 회원이 각각 10편씩 발표한 것을 보니 대단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필원고를 보기 힘든 시대에 각 두 편씩 육필원고를 실어 시선하였으며, ‘시조가 있는 이야기’에서 자작시 해설을 하여 독자와 거리를 가까이 한 점도 돋보였습니다. 김소해 시인의 『치자꽃 연가』에 대한 임종찬 교수님의 작품 해설도 책의 무게를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시조의 형식은 단단하였으며, 내용은 삶의 모습들을 잘 나타내고 있어 감동과 생각을 깊게 하는 작품들로 가득 담겨 있어 눈부신 동인지가 되고 있습니다.
작품들마다 묻어나는 향기를 오래오래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인님들의 작품을 일일이 다 들 수 없고, 각 한 편씩만 다시 그 향내를 맡아봅니다.
사는 일 아프거든 자갈치로 와 보시게
사유(思惟) 깊은 그대 심상(心象) 짐이 되면 부디 오게
올 때는 빈 손으로 오시게
빈 그릇 빈 마음
어판장 돌아 나온
향수 묻은 뱃고동
첫새벽 열고 오는
봄도다리 가을 전어
내 더는 권하지 않겠네
오던 길 되돌아가든
반세기 품어온 삶 아니리로 풀어내면
시든 가슴 그대 심장 박동소리 들리겠네
돌아 갈
저기 충일(充溢)한 길
말(言)은 두고 가시게
- 김소해, ‘자갈치’ 전문
김소해님은 남해가 고향으로 젊은 시절은 현실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임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며 고향 생각도 하는 여유를 가지신 분이었어요. 고향 남해의 치자 향기를 느낀다는 것은 행복의 삶을 산다는 것이겠지요 . 그러나 김소해님의 행복은 과거지향이 추억에서 찾기보다는 현실의 삶 자체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참6집에 발표된 작품들 ‘전어구이’에서는 ‘가을 바다 잘 구워서/ 저녁상을 준비한다’처럼 땀 젖은 당신이 돌아오기 기다리면서 행복에 젖어 있고, ‘뒷면’에서는 ‘내 사랑 수시로 흔든다/ 확인하고 싶은 뒷면’을 노래하면서 사랑의 고운 물결이 내면에 출렁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김소해 시인은 삶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것은 ‘참’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오늘날은 힘이 들거나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힐링’을 외치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김소해 시인이라면 진정한 삶이 퍼덕이는 ‘자갈치’ 시장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물고기처럼 싱싱한 눈부신 삶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저 넓은 대양에서 잡혀온 물기기와 함께 힘차게 움직이는 삶 앞에 ‘힐링’을 노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갈치’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힘차게 움직이는 삶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셋째 수에서는 우리의 고달픈 삶을 끝없이 풀어도 끝없을 것 같겠지만, 자갈치 시장에 오면 ‘시든 가슴 그대 심장 박동소리 들리겠네’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갈/저기 충일한 길/ 말은 두고 가시게/라고 여유있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지치거나 힘든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운을 충전하는 장소임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 작품입니다.
우아지님의 작품을 읽으니 우선 깊은 사유가 바탕이 되어 있음이 느껴집니다. 삶의 진한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집니다. 유한한 삶에 대한 깨달음이 배어 있습니다. 시조가 있는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어머님의 병치료 계기로 ‘살아있는 것은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세상엔 영원한 것은 없고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것이란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소박함은 서툰 것과 구별되며 순수와 통하기 때문에 생명이 길다고 생각한다. 세상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건 단순하고 명쾌하다고 믿는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순수한 것은 단순하고 선하기에 생명이 길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찰나고, 다 지나 갈 걸 알지만 영원을 추구하려는 마음은 선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는 시인은 찰라적인 삶이지만 그 속에서 순수를 추구하고 있는 시인임을 느낍니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는 정류소는 잠시 이 세상에 머무르는 우리 삶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서도 끝까지 아름다움을 추구고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골목마다 많은 게 있습니다
수많은 저 차량들 행선지는 다르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는 가늠하곤 합니다.
이 세상 길목에는 없는 것도 많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약속 아예 없는 것만 같고
어느덧 사라진 것들 눈에 가만 밟힙니다.
가다보면 있고 없고 종이 한 창 차이지만
별 게 아닌 것도 때론 반짝이고
안개 속 흘러간 날에 내 마음을 닦습니다
-우아지, ‘정류소에서’ 전문
이 세상 많은 것들, 복잡한 것을, 화려한 것들, 고달픈 것들, 굳게 보인 약속들도 결국은 하나 하나 사라져감을 확인하면서 결국 우리들의 끝이 어디인지는 가늠하는 시인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별게 아닌 것도 때론 별로 반짝이고’라며 작지만 순수한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긍정의 시선, 넉넉한 가슴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발견할 수 없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한 작품 한 작품 은은한 향기를 품어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전병태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순수한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조가 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병태님은 매우 꼼꼼하고 인간적인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하회탈 앞에 서면
실눈이 감기면서
실없이 웃게 되어 주름살이 파도친다
닮아라
나를 닮아라
웃으면서 살라한다.
짜증이 겹칠 때는 언제나 달려와서
시름을 내려놓고
춤추며 살라한다
춤춰라
덩실덩실 춤을 춰라
속울음을 감추고.
- 전병태, ‘하회탈’ 전문
웃음만큼 건강에 좋은 것은 없다고 합니다. 웃음은 암도 이기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 인생은 웃으면서 살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울음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것도 우리의 삶입니다. 이럴 때 ‘하회탈’ 춤은 모든 슬픈 마음들을 웃음으로 바꾸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힘이 들 때는 ‘하회탈’의 웃음을 닮아라고 간곡히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울고 싶을 때도 웃는 것이 새로운 힘을 솟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힘들고 짜증내면 낼수록 더욱 비참해질 것입니다. 요즘 뇌과학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합니다. 전병태님의 ‘하회탈’은 널리 읽혀서 좀더 웃는 세상이 되었으면 권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힐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장간 풍경’에서는 쇠를 벼리듯 시를 갈고 닦아가는 시인님의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를 쓰시리라 기대합니다.
김정 시인의 ‘고향에서’란 작품을 읽다가 ‘학봉 종택 중심으로/ 뿌리 지킨 금계 마을’이란 구절을 보면서 금계마을이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몇 몇 종택들을 찾아가 본 적 있지만, 학봉 종택의 정원은 제일 아름답게 생기가 돌던 것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났으며 불청객이 불쑥 찾아가도 반가이 맞이하는 주인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마을에 사는 김정 시인 역시 그곳의 인정이 가슴 가득 묻어 있으리라 상상해봅니다.
어머니의 푸른 들이
택배로 달려왔다
여름 햇살이
뜨겁게 따라오고
원두막 매미소리도
함께 묻어 따라왔다
깨며 콩이며
아! 어머니의 땀방울
한보따리 또 한보따리
묶어서 보내셨구나
바빠도 잘 챙겨 먹어라
목소리도 따라온다
-김정, ‘택배’ 전문
어머님의 사랑이 덤뿍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어머님의 사랑을 ‘어머님의 땀방울’이라며 자식들의 건강을 위해서 힘들게 농사를 지은 것을 보내시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쟁쟁하게 들린다는 작품이다.
자연과 가까이 하며 평생 살아오신 어머님의 건강과 행복은 대도시 아파트의 안락한 삶이 아니라 대자연의 품속에 안기는 것임을 알기에 김정 시인의 어머님은 겨울에는 서울 아드님 집에서, 봄이 오면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오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배종관 시인님의 작품과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배 시인님은 젊어서부터 아드님과도 산행을 즐겨하신 분으로 가장으로서도 자상한 분 같습니다. 2010년부터는 백두대간을 종주할 계획을 세우고 산을 오르시니 호연지기의 기상을 지니신 분 같습니다. 산을 가다가고 평소에 써 둔 시를 읊기도 하시고, 또 시상를 떠올려 짓기도 하시니 산을 중심으로 하늘, 강, 숲 등이 시심을 북돋우는 중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사시니 그 마음이 그 어느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을 지니신 것 같습니다. 작품들마다 그런 마음들이 엿보입니다.
흙탕물 칠한 연못
물안개 떠난 자리
또르르 굴러가는
연잎 위 아침이슬
내 너를
바라보면서
삶의 거울 닦는다.
-배종관, ‘아침이슬’ 전문
연잎의 아침이슬의 그 눈부심을 보고 감탄하는 이들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배종관 시인은 그 이슬방울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닦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그 주체가 눈이 아니라 마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슬을 보면서도 이슬처럼 순수한 마음을 닦겠다는 것은 그러한 마음의 소유자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것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일 것입니다. ‘낙엽’, ‘조약돌’, 주남지 노을‘, ’억새꽃‘ 등에서도 자연물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시들입니다. 앞으로도 삶의 향기가 묻어나고, 삶을 성찰하는 좋은 시들을 발표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참6집을 보내주신 김정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그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느낀 점을 써보았습니다. 혹시 잘못된 점이 있다면 널리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5명이 책을 발간하기에는 힘드는 일이겠지만 그만큼 시조에 대한 사랑이 뜨겁다는 것임을 확인하면서 제7집을 기대합니다.
2013.2
대구에서 김우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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