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 소개

이남희 신인작품상-시조시학 2014 겨울호(권53호)

가산바위 2017. 5.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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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학 2014겨울호(통권 53호)

신인작품상 당선작

 

<신인상 심사기>에서

 

서사적 사실성과 시적 구성의 탄탄함 돋보여

 

이남희 氏의 시편들은 절제된 시상이 응축되어 탄탄한 시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테텔레스타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십자가 종탑 위”의 “영원의 별”을 기다리는 목마름을 밀도 있게 형상화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잃어버린 생일」에서는 “상실의 강을 건너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섬세한 서정성으로 건져 올리고 있으며, 「느리미 이야기」에서는 수화로 말을 거는 피라미 떼의 모습을 비롯하여 별빛과 능금꽃의 대자연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조화되고 있는 모습을 순수하고 맑게 그려내고 있다.

(중략)

세 분 다 시적대상의 특성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하는 직관력이 있어 기대가 된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시인으로서의 탄탄한 능력을 바탕으로 문학에 대한 진정성을 지키며 좋은 시조를 쓰는 시인들이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 김연동·이지엽(글)·박명숙

 

 

<당선소감>

조금은 수척해 보이지만 슬퍼 보이지 않는 내 유년의 시간처럼 11월은 침묵의 달입니다. 내 안의 나를 욕심껏 표현할 수 없어 아파하던 낯설음의 대명사였지요. 늘 채워지지 않는 소크라테스의 불만족스러움에 사인을 보내곤 했습니다.

언젠가 최치원의 한시 추야우중(秋夜雨中)에 매료되어 떠다니다가 정형시의 미학에 눈길이 머물게 되어 지금까지 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걷고 있는 중입니다. 서정과 사유가 공존하는 달 그림자 가득한 먼 날의 기억들과 함께 시조의 보폭을 더욱더 새롭게 넓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늘 같은 마음으로 채찍질하고 격려해 준 남편과 군복무 중인 아들 창호, 예쁜 딸 지민, 병마와 시름하는 어머니, <정음시조> 동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의 시조에 깃을 세워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이남희

경북 영천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공무전 입상. 정음시조 동인

 

 

테텔레스타이*

 

이남희

 

우슬초 대궁에

신 포도주 한 방울

 

타들어가는 목마름

목젖을 적시다

 

한 마디

테텔레스타이

소리 없는 절규여

 

내 것도 네 것 되는

그 사랑 때문에

 

십자가 종탑 위에

영원의 별이 뜨고

 

옹이 진

앙가슴 풀고

새벽을 기다린다

 

 

* 테텔레스타이 : 그리스어로 ‘다 완성했다’라는 의미다.

 

 

 

파킨슨

 

속내는 괜찮은데/ 몸피는 떨고 있어//

혼자서 갈 수 없는/ 모래알 그 세계를//

지금껏 공글리면서/ 약속처럼 왔다네//

달빛 이우는/ 초로의 뒤란에서//

자유가 부자유 된/ 절필의 근간에도//

낯 붉혀 흔들리는 것/ 목도하며 간다네//

 

 

잃어버린 생일

 

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던 기억도//

샛강의 목마름에/ 단비를 기다림도//

구겨진/ 열두 폭 치마에/ 먹물처럼 번진다//

달력에 오롯이/ 찍힌 날짜 흔들리고//

잊은 듯 잃은 듯/ 그 기억 가뭇하고//

반전된/ 상실의 강을/ 건너가는 어머니

 

 

느리미 이야기

 

별빛이 내리는/ 느리미 오지마을//

온 산천 찢어 놓는/ 놀겡이 울음소리//

달곡천 피라미떼는/ 수화로 말을 건다

능금꽃 송이송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

비탈길 오르는/ 다 닳은 저 경운기//

노부부 뒷모습 위로/ 달빛 환히 내린다

7. 이남희 신인품상(시조시학 2014겨울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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