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의 동인지, 시집 평론

맥34해설

가산바위 2015. 1.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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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34집 「잎들의 짙푸른 갈채」에 나타난 주제 의식

김우연

1. 들어가며

 

맥34집에는 16명의 회원들이 76편의 시조를 발표하였다. 1980년에 창간호를 발간한 이후 연간집을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다. 아직도 시조가 고루하다는 편견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지식층에도 상당수가 있다. 그러나 맥시조 회원들은 오늘날의 생활에 바탕을 두면서 살아 있는 정서와 표현으로 수준 높은 우리 고유의 정형시를 발표해오면서 현대시조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이번 연간집에 실려 있는 작품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살펴보기

 

첫째, 생명의식을 노래한 작품으로 조주환의 「순천만 갈숲」이 있다.

 

오늘 이곳에 와 신의 손자국을 본다.

아직 다 끊지 않은

저 우주의 탯줄과 실밥

속  깊은 남해의 자궁을 갈꽃들이 쓸고 있는,

 

갯벌에 손을 담궈도 닿을 수 없는 그  속

몇 겁을 굽이쳐와 갈숲이 된 수백만 평

비릿한 원시의 바람만

그 속내를 짐작할 뿐,

 

해와 달 별볓이 숨어 몸을 푸는 그 숲 속에

작은 게 발자국 따라 물의 피가 흐른다

수시로 양수가 터지고 새 생명이 꿈틀댄다.

 

수천 수만의 철새와 저 갈숲의 아우성들

연신 셔터를 눌러 갯내음까지 다 가둬도

저물녁 머물던 노을에

내 온몸이 다 젖었다

-조주환,「순천만 갈숲」

 

순천만 갈숲에서 원시의 싱싱한 생명을 느끼며 그 환희심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주환 시인은 시적 이미지 형상화에 뛰어난 시인이다.  ‘순천만 갈숲’은 그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연에서 ‘신의 손자국’, ‘우주의 탯줄과 실밥’, ‘남해의 자궁’ 등의 비유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2연에서 4연까지 모두 원시의 싱싱함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순천만의 철새 떼와 갈숲뿐만 아니라 갯내음, 노을까지 저 위대한 자연에 동화되고 있다. 그래서 “저물녁 머물던 노을에/ 내 온 몸이 다 젖었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말로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1, 2연은 순천만 갈숲은 생명의 본원인 원시의 모습을 노래한 원경이라면, 3연에서는 ‘작은 게 발자국’으로 표현되는 근경을 표현한 것이다. 살아 숨쉬는 순천만 갈숲의 생명들이 꿈틀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환희에 젖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4연에서는 대자연에 완전히 동화되고 시간도 정지되고 있다. 그리하여 자연의 일부가 된 것을 노래한 것이다. 요즘은 생명존중이니 생태의식이니 하는 말들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인간 중심적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이 자연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초점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오늘날 생태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작품으로 큰 의미가 있다.

 

 

둘째, 예병태의 연작시「사라짐에 대하여」다섯 편을 싣고 있는데 하나의 주제 의식으로 사회를 진단하는 시인의 예리한 시각이 돋보인다. 이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고유풍습을 비롯하여 사라지는 것들을 돌아보면서 아쉬움과 한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모습까지 그 바탕에 깔고 있는 뛰어난 작품들이다. 「교권」, 「두레상」, 「비녀」, 「사투리」, 「쟁기」의 제목을 살펴보면 다라져가는 것들임을 느낄 수 있다.

 

온 식구가 앉기엔 언제나 비좁았다

충분히 먹기에는 음식이 모자랐다

그래도 끼니때마다 두레상은 다리 폈다

 

아버지 수저 들면 우리들도 들었다

먹고 있는 음식만큼 귀로 듣는 훈계들

눈으로 귀로 입으로 모두 함께 먹었다

 

잘 차려진 식탁에 오늘도 누가 없다

어긋나는 일정으로 그림자 같은 식구

입맛도 돌지 않는데 주린 배만 채운다

-예병태, 「사라짐에 대하여

                              -두레상」전문

 

두레상은 요즘의 식탁과는 같은 용도로 사용된 것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식탁은 의자에 앉아서 먹는 것이라면 두레상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방바닥에 앉아서 먹던 밥상이다. 두레상은 식구들이 함께한다는 의미가 묻어 있다.

1연에서는 가난하던 시절에 음식도 모자라고 자리도 좁았지만 함께 하던 시절을 회상한 것이다.

2연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이 그래도 묻어나고 있다. 예절이며 교육이 이루어지던 장소가 두레상이었다.

3연에서는 오늘날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상이지만 식구들은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신유목민 시대라는 오늘날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셋째, 삶의 숭고함은 최선을 다하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하는 작품으로 이경옥의 「두벌꽃」이 있다. 맥34집의 표제가 된 시이다.

 

한 여름 목련나무에 두 벌 꽃이 피었다

은막의 배우가 관객 앞에 다시 선 듯

잎들의 짙푸른 갈채

열연하는 저 앙코르

 

대궁 높이 뽑아들고 활짝 피고 싶었지만

애간장 태우다가 좋은 시절 다 놓치고

씨방 속 쭉정이 털며

한숨 돋는 이 어디 쯤

 

실낱같은 가망으로 꺼진 불씨 살려볼까

뜨건 피 다시 돌아 혼신을 불사르면

꿈속에 길이 열리듯

두벌꽃이 필는지.

-이경옥, 「두벌꽃」전문

 

1연에서는 여름에 핀 목련을 바라보면서 ‘잎들의 짙푸른 갈채’라는 것은 절창이다. 시인이 되어 이런 한 구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시인으로서 행복한 것이며 독자들에게도 기쁨을 주는 것이다. 현대시조의 표현이 어떠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시구이다.

2연에서는 겸손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으며 긍정적인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요즘 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남들보다 앞서가지 못하지만 묵묵히 걷다보면 마침내 꽃을 피우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3연에서는 목련의 두벌꽃을 보면서 경탄한 것은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시 세계도 언젠가는 꽃피우겠다는 내면의 다짐임을 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조영두는 「딸기밭을 손질하며」에서는 생명의 강인함을 발견하고 있으며, 김우연은 「세월호」연작시를 통하여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며 그들을 잊지 않고자 하고 있다. 원정호는 「솔개의 하늘」에서는 생의 모든 일에는 끝없는 자기 변화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김제흥은 「과메기」에서는 인정이 넘치는 일상사를 노래하고 있다.

조순호는 「회한」에서 어머니를 회상하고 있으며, 황무굉은 「내 고향 평해」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서석찬은 「줄1」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으며, 박광훈은 「울릉도」에서는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김진혁은 「성자 자벌레」를 통하여 삶의 성찰을 노래하였으며, 강성태는 「어떤 오류」에서는 삶의 위태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김일용의 「겨울손님」에서는 해평습지의 생태와 겨울철새들의 통하여 생태의식을 노래하고 있다.

김두섭은 어머니의 대한 연작시「어머니․40-잡초」에서 강인한 잡초들을 보면서 고생하시던 어머니를 회상하고 있다. 이문균은 「산중일기」에서 자연 속에 묻혀사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3. 나오며

 

16명의 회원들이 발표하였는데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시대정신과 참신한 표현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사회 속에서 비정규직문제로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통일을 향한 길도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하는 것 같다. 안전불감증 및 무책임감이 이 사회 지도층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어려운 문화 환경 속에서도 문학의 토종인 시조를 지켜나가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우리 맥시조회원들은 변함없이 묵묵히 시조의 밭을 일구고 있다. 남이 알아주는 알아주지 않은 상관하지 않고 시조의 숲을 가꾸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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