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의 동인지, 시집 평론

참시조의 꽃이 피었습니다-참제9집(2015)

가산바위 2016. 1. 1. 20:06

 

참시조의 꽃이 피었습니다-참제9집(김우연).hwp

 

 

참시조의 꽃이 피었습니다

-참제9집(2015)

김우연

1. 들어가며

 

2015년도 저물어 이틀을 남기고 참시조문학회의 연간집 『참제9집』(2015)를 받았다. 그리고 단숨에 끝까지 밤늦도록 다 읽었다. 그것은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참시조의 꽃을 피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참시조의 꽃들에 도취되었다가 동인이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되었다. 참시조문학회의 ‘참’은 참으로 자신들의 다짐이자 참을 보이고자 하는 용기의 외침으로 다가왔다.

“깨에/ 참깨가 있고/ 마에/참마가 있듯이// 수리에도/ 참수리가 있고/ 새에도/ 참새가 있다// 세상에/ 큰 새가 많아도/ 꼭 아기주먹 만한/ 진짜 새”(조동화, 「참새」부분, 『우리나라 나비 새 풀 나무』(초록숲, 2015)에서도 참새는 아기주먹처럼 작은 새이지만 새 중에서는 진짜 새라는 것이다.

우리 시조단의 동인 중에서 “참시조문학회”는 5명의 인원으로 한 해도 빠짐없이 연간집을 9집이나 낸 것은 대단히 경이로운 일이다. 2007년에 초대대표 전병태 회원 우아지, 서관호, 김정, 배종관 시인이 모여 그 해에 창간호를 낸 후 금년까지 꾸준히 연간집을 발간하였다. 2010년 서관호 회원이 탈퇴하고 2011년 김소해 시인이 입회하여 회원은 창립 때와 마찬가지로 5명이다. 연혁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8년 동안 총 17회 문학기행을 하였다는 것이다. 연 2∼3회 국내문학기행과 2013년에는 대마도 1박 2일까지 문학 기행을 하였다. 그리하여 회원 상호간의 우의를 다지는 것은 물론 삶의 여유를 통한 자신의 성찰이 문학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적 연구를 한 분들도 있으며 시조집 발간을 비롯하여 다양한 수상 등을 통하여 볼 때 대단히 왕성하게 활동해 오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더욱이 2015년부터는 문학기행에서 일반시민들에게 직접다가 서며 시조보급 운동에 앞장 서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회의 대표 김소해 대표님의 편집 후기에서 “동인의 시조작품을 수록한 도자기 액자 족자 부채 등 32점이 전시 되었다.// 처음 계획은 10일간 전시하려고 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역장님도 좋아하셔서 20일 동안 전시되었다.”는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참시조> 작품 전시회, 2015. 5.1∼5. 20일, 사상지하철역 내) 이 밖에도 연혁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는 시조보급을 위하여 우아지 시인이 동아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출강을 하며 또한 부산시조 <교사 연수회> 강의도 하였다. 우아지 시인은 제7회 중구거리시한마당 시화전을, 김정 시인은 문경새재 전국시조암송경연대회 사회를, 전병태 시인은 국제신문에 <이 한편의 시조>를 집필, 김정, 우아지 시인은 제1회 전국여성문학인대회 시극 출연 등 다양한 참여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 편집후기에서 “2014년 12월 11일 부산시조작품상을 우아지 시인께서 받으시고, 김정 시인은 부산문화재단 기금을 받아『맨발로 온 여름』을 출판했다. 또한 김소해 시인은 2014년 세종문학도서나눔 우수도서에 『투승점을 찍다』가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배종관시인께서 현대시조 좋은작품상을 받으시고 우아지시인은 2015년 부산문화재단 기금에 선정되어『손님별』시집을 발간했다.”는 말을 회원 한 명 한 명 대단한 활동을 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진짜 새인 참새처럼 5명의 회원이 연간집 참9집을 발간하였다. 편집후기에서 김정 시인의 말처럼 “최고의 동인으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좋은 시조로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한 말은 회원 전체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출판의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최고를 지향하고 있음을 책을 통하여도 알 수 있었다.

참시조문학회원들은 편집회의를 통하여 좋은 책을 만들고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참9집의 특색으로는 1) 시화전시작품 2편을 사진으로 소개 2) 10편의 회원 발표작 중에 2편씩은 육필 원고를 실음 3) 시조가 있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시조를 소개 4) 전 회원이 편집후기를 쓰는 것 등 위 네 가지를 통하여 작으면서도 알찬 시조집이었다. 그래서 편집으로는 개인적으로는 최고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초대시조로 정해송 시인의 2편 및 김정 시인의 첫 시조집『맨발로 온 여름』정용국 시인의 작품 해설을 실었다. 134쪽의 아담한 동인지게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이다.

마치 석굴암의 아름다움을 동양여류사학자 존 카터 코벨 교수가 “석굴암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심미적으로 통합된 전체를 나타낸다. (중략) 이와 같은 연유로 해서 8세기 한국은 불교의 모태인 인도를 능가하는 불교사상의 철학적 정수를 구현한 동아시아 유일의 석굴암 조각 건축을 지닐 수 있었다. 중국, 한국, 일본을 통틀어 석굴암은 탑돌이를 위한 구심점으로 부처를 석굴 한중간에 안치한 동아시아 단 하나의 장소이다.”(『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학고재, 1999))라고 했듯이 참시조문학회의 연간집은 최고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1980년대 이후 많은 문학전문지와 큰 단체들이 생겨서 발표지면을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후진 양성을 위해 애쓰는 일부의 노력들도 있다. 시조의 사랑은 결국 시조를 읽고 쓰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 것인데 가장 기초가 되고 디딤돌이 되는 것으로 동인이라 할 것이다. 동인회이 활성화 될 때 시조의 앞날은 밝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참시조동인 회원 5명이 발간하는 연간집은 단순한 연간집이 아니다. 연간집 발간까지 회원 상호 소통이 이루어지고 시를 쓰는 일이 힘들지만 행복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시는 결국 시인들의 삶의 흔적이다. 소통이 있는 참시조문학회는 결국 참 인생, 참 삶을 지향하는 회라고 믿으면서 참 삶이 나타난 작품들은 한 편 한 편 다 아름다운 꽃일 것이다.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대로 그 향기에 취해보고자 한다. 이것이 독자로서 내가 생각하는 시와의 소통, 시인과의 소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 김소해 시인

 

나무가 겨울 나는 곳 그 곁에 가보리라

이른 봄 가뭄에도 싹 트는 숨은 비결

수피(樹皮)에 얼음세포를

껴안아야 한다는데

 

누구 삶이 저토록 얼음덩이 시린 날일까

죄다 버린 빈손으로 메마른 그런 날도

얼음길 바람막이 되던

아버지를 닮았다

 

얼음도 무거운 얼음 숨겨둔 안섶마다

기다리면 녹으리라 수액의 저 물소리

잎눈들 싹을 틔울 때

봄볕 내려 박수친다

-김소해,「얼음세포」전문

 

 

김소해 시인은 1983년『현대시조』, 1988년 <부산일보>로 등단하여 세 권의 시조집을 발간한 바 있다.

시인은 나무가 생존하기 위해서 얼음세포를 만들어 나무의 추위를 막았다가 봄이면 수분을 공급한다는 자연현상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은 “얼음길 바람막이 되던/ 아버지를 닮았다.”며 아버지를 연상하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부모란 존재. 특히 아버지란 존재는 가족들을 위해서 시련을 감내하는 존재이다. 시인 역시 늙어가면서도 그런 아버지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해 왔으리라 추측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 앞에서는 어린 아이가 되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그것은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말기, 일제강점기, 해방후 혼란기, 6.25등을 거치고 보릿고개를 넘어면서 생명 자체가 위태로웠으며 영양실조로 없던 병든 생기든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고통을 넘어가신 부모님과 그 세대들에게 우리는 무한히 감사해도 끝이 없을 것이다. 아버지께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 둘째 수라면 셋째 수는 “잎눈들 싹을 틔울 때/ 봄볕 내려 박수친다”고 하였다. ‘잎눈들’이란 자식들을 비유한 것이다. 봄볕이 내려 박수친다는 것은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물질의 노예가 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필요한 것은 마음 비우기에 앞서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일 것이다. 불평, 불만을 아무리 해도 자신과 이웃을 헤칠 뿐이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평등을 외치는 것은 나보다 더 가진 자의 것을 빼앗겠다는 것을 에둘러서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물론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길로 가야하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선 남의 것을 더 빼앗기 위해서 자신의 잘못된 인생관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정치권의 불신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여 유구한 우리 역사마저 잘못된 것이라 외치는 현상마저 가져온다. 진실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럴 때 김소해 시인의「얼음세포」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약이되리라 본다.

가족들을 위해서 얼음세포를 만들듯이 남에게 빼앗지 못해 불평불만하기 전에 자신은 우리 사회가 겨울을 건너갈 때 얼음세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진실을 행하는 사람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묵묵히 헤쳐 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아버지의 고통 감수로 새봄을 맞이한다는 것이니 대단히 현실을 희망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좋은 작품이라 본다.

이 밖에「바람길」에서는 “국경도 아닌 국경이/ 바람길을 막고 있네”라며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였으며, 「가을, 은행나무」에서 가을을 아름다움을, 「물미해안」, 「앵강 펜션」 등에서는 남해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서경을 넘어서서 우리의 삶을 시적으로 형상화시키고 있어 한 작품 한 작품 문학적 형상화가 눈부시다. “이렇게 심신을 다 뉘이고 나서야/ 들리는 소리라면 양수소리 분명하리/ 배내 짓 쓸리는 동안 그 물소리였으리”(「앵강펜션」세 수 중 둘째 수)에서 보면 남해 앵강 바닷가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인의 경치에 도취된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 소리에 태고의 생명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는 아무나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자 하며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자 노력하여 천안통, 천이통이 열려진 시인이라 여겨진다. 이런 귀는 시인이기에 앞서서 인간이 먼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시인이지만 대단히 존경심이 우러나는 시인이다. 앞으로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시들을, 때로는 시대의 아픔 등을 다양하게 자유자재로 쓰되 시적 형상화에도 남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시리라 믿는다.

권두언에서 참시조문학회의 대표로서 “시조의 정격을 고집하는 사람들! <참시조>입니다.”라고 하였다. 또 “형식의 정형 안에 갇힌 시조가 아니라 공식의 수학처럼 질서 정연한 명제의 시입니다.”라고 하였듯이 시조의 길이 어떤 길인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3. 우아지 시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던 우아지 시인의 네 번째 시조집 『손님별』을 2015년 12월 말에 받고 읽었다. 거기엔 불교 사상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다양한 소재를 자신의 생각 속에 녹여서 세상을 원숙하게 바라보며 그것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손님별』해설에서 이승하 교수는 “아마도 우아지 시인이 걸어가야 할 길은 「가을 운문사」나 「살구나무 아래」「봉정암 가는 길」같은 안정적인 시조, 고풍스런 시조가 아니라 「가을뱃살」 같은 일상성을 지닌 시조가 아닐까.(중략) 시조가 생활에서 우러난 것일 때, 실감이 가고 공감이 갈 수 있다.”고 하였다. 현실 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는 만큼 이승하 교수님의 조언은 시인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라 본다. 우리고 우리 시조단을 향한 지적이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시조집에서 우러나는 우아지 시인에 대한 불교에 바탕을 두고 원숙한 인생을 노래한 시들은 하나 하나 따뜻한 빛을 발하고 있으며 무한히 감동을 받았음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고 싶다. 실감실정의 시조는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 재미가 있어 좋다. 그런 방향으로 나가되 다양한 소재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우아지 시인의 길을 가면 될 것이라 본다.

『손님별』에 실었던 작품 중에서 10편을 골라 실고 있어 시인이 아끼는 작품인지 다른 곳에 중복 발표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 발표된 것을 살펴 보았다.

 

 

살다 살다 거침없이

추락하는 도도한 생(生)

 

떨어져 솟구쳐서 흘러가야 길이 된다

 

눈 뜨고

뛰어내리는

부서져서 더 눈부신

-우아지,「용추(龍湫) 폭포」전문

 

 

폭포에 대해서 노래한 시들이 많다. 폭포는 그만큼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초장에서는 폭포처럼 추락하는 삶을 그렸다. 그러나 중장에서는 “떨어져 솟구쳐서 흘러가야 길이 된다”라며 떨어져 내리면서도 솟구친다고 하였다. 우리의 육체는 태어나면 늙어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의지는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향한 의지와 노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장에서는 “눈 뜨고/ 뛰어내리는/ 부서져서 더 눈부신”이라고 하였다. 폭포수를 아무리 보아도 “눈 뜨고/ 뛰어내리는”것인지 알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폭포수가 눈 뜨고 뛰어내림을 보고 있다. 대단한 안목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사고자 하는 시인의 내면이 이런 것을 보게 한 것이리라. 그래서 설사 성공적이든 실패를 하든 그것을 통하여 우리의 삶은 완성되어가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부서져서 더 눈부신”이라는 이 한마디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단아한 단시조 한 편 속에 한 인생을 다 함축하고 있는 시인의 시적 형상화 능력은 하루 아침에 온 것이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인사」라는 작품은 제목이 독자들에게 어떤 인사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고명딸도 채 몰랐던 우리 엄마 가실 채비”(첫째 수 초장), “창 밖의 늦가을 비도 긴 인연 매듭 푼다”(셋째 수 종장)며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지켜보는 시간이 자연의 시간과는 다르게 매우 길게 느껴졌다는 것을 형상화하였다. 그것도 지극히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지수화풍 옷을 가볍게 벗는 걸까”(세째 수 중장)라며 감정을 절제하고 담담히 그려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죽음이란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임에도 가장 큰 일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절제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교의 진리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승조법사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게송 “사대란 원래 주인이 없음이요/ 오음은 본래 비었음이라/ 머리를 흰 칼날 아래 내미니/ 마치 봄바람을 베는 것 같도다.[四大元無主요 五陰本來空이라 將頭臨白刀하니 猶似斬春風이로다]”라는 경지와도 통하는 것 같다.

자신의 원숙한 인생관과 문학적 개성을 살려서 꾸준히 좋은 작품을 쓸 것이라 기대된다.

 

 

 

4. 전병태 시인

 

2007년 8월 10일 참시조문학회 준비 모임을 부산에서 가지고 그해 10월 4일 진주에서 발기를 하였으며 초대 대표로 전병태 시인이 맡았다. 어떤 동인이든 초대 대표(회장)은 그만큼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고 참시조문학회라면 , 영원히 기억될 시인일 것이다.

‘시조가 있는 이야기’에서 시인이 밝히고 있는 「텃밭 이야기」를 읽어보면 첫머리에 “모두들 시간을 다투는 복잡한 곳에서 지낸 27년의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경쟁을 피하려고 퇴직을 하기도 전 사회적응을 위한 휴가기간에 간단한 책 몇 권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며 귀촌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힘겨운 도시 생활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갈 고향이 있어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런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전병태 시인은 고향으로 돌아가 감나무, 밤나무 등은 물론이요 땅두릅, 엄나무, 골담초, 옻나무, 삼백초, 각종 꽃나무, 초석잠, 방풍나물, 야콘, 울금, 명월초, 돼지감자, 곰보배추, 자소엽 등 유실수와 약초, 산나물 등을 재배함을 물론 닭과 토끼 등을 기르기도 하고 있다. 거기다가 버섯 재배는 소득까지 올리고 있다고 한다. 전원생활에서 돈에 대한 욕심 없이 들어왔는데 즐거운 일 속에서 소득까지 올리며 유유자적한 삶 속에서 시까지 쓰고 있으니 행복한 시인이다.

 

 

누구는 희다하고

누구는 검다하고

 

당겨도 버티면서

밀어도 버티면서

 

가운데 우뚝 선 너는

초록이 탄 아픔들.

-전병태,「재색」전문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풍조가 아직도 만연하다. 마르크스 후예들은 오직 물질적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면서 남의 것을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빼앗고자 하는 마음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문익한 목사님도 『히브리 민중사』에서 신을 가장 많이 외치고 이용하는 자들은 군인과 정치인이라고 했다. 신이 오늘날에는 통일, 정의, 민족, 자유, 평등 등의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2015년을 돌아볼 때 우리 사회에 신으로 또 군림하는 것이 ‘복지’, ‘환경’이라는 말인 것 같다. 빚내어서라도 나누어주어 인기를 끌고, 후세에는 어둡다고 말하면서도 먼저 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남들과 비교해 볼 때 불공평한 마음이 들어서 불평이 나오고 있다.

정치인들 중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상대방을 무조건 불신하는 것이 진보요 개혁이라고 믿는 독선에 젖은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자신은 선이요 상대방인 악이라는 아상(我相)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다 때 묻고 눈 어둡고 욕심에 가득 차 있어 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전병태 시인의 「재색」은 매우 용기 있는 작품이다. 종장에서 “가운데 우뚝 선 너는/ 초록이 탄 아픔들.”이라며 재색은 중용의 길이요 중도의 길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 길을 걷기 위해서는 “초록이 탄 아픔”을 겪어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매일신문 ‘한시산책’에서 이종문 교수도 우리 사회에는 중간이 없다. 중간에 서면 양쪽에서 배신자라며 돌팔매를 던지기 때문에 선뜻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더물다고 하였다.

전병태 시인은 귀촌생활을 하면서 단순한 행복감에 젖어 사는 것이 아니라 순수의 길, 진리의 길을 행하고 있음을 느낀다. 시인은 시를 잘 쓰야 하지만 먼저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지리산․3」, 「풍선처럼」「겨울산」등에서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 욕심을 비운 마음, 그리고 다른 작품들에서 귀촌 생활에서 밝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5. 김정 시인

 

 

김정 시인의 첫 시조집 『맨발로 온 여름』(2015)에 정용국 시인의 평설에서 “김정의 시편들은 가족의 애환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일상을 건너는 소시민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견지하려 애쓴다. 거창한 구호와 이념의 깃발을 들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은 손은 부지런하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단정한 단수 시조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단수는 기본이 충실한 가운데 역사와 사회 안에 제기되는 여러 상처와 갈등을 깊이 있게 관조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하여 시어 근저에 내재하는 다양한 중의(重義)와 신선한 연상을 유발하는 재치 있는 구성으로 감칠맛을 더하는 깔끔한 맛을 차려 내고 있다.”라고 하였다. 또한 중요한 평가로 “주인공과 시어들이 투사하는 다양한 감정의 영역에 있어서도 긍정과 배려의 미덕을 충분하게 발산해 내며 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역동성은 여성들의 작품이 보여주는 소극적 단상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도 그의 시가 지닌 장점이라 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미루나무 교훈 보다」에서는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죽어갔던 “독립투사의 그 큰 길을” 돌아보고 있으며, 「남명매」에서는 남명 조식 선생님이 심은 매화가 있는 ‘산천재’을 돌아보며 눈길을 뚫고 피어나는 매화와 같은 조식 선생을 추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용국 시인이 시집을 평설하면서 들고 있는 “유채꽃 흐드러져/ 무참한 봄은 또 오고// 두 아들 빼앗긴 채/ 새까맣게 굳어버린// 할머니/ 구멍난 가슴/ 식지 않는 불덩이”(「무릉리 돌담」전문) 등 굵직한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들을 들고 있다. 「무릉리 돌담」은 “4․3 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어버리고 막내인 저희 시아버님을 의지하며, 가슴에 불덩이를 안고 사셨던 시할머님 이야기입니다.”라고 인터넷 댓글을 통하여 읽은 바가 있다. 김정 시인이 역사적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짐작해 보았다. 그 열쇠는 이번 연간집에 실린 「종가(宗家) 까치 울다」에서 보듯이 종가(宗家)의 후손이 아닌가 한다. “독립군 만주벌 가던 할아버지 닮았다”는 셋째 수 종장을 통해서도 독립군의 후손임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독립군 배출이 가장 많았던 경상북도 안동이 고향이고 종가의 후손이라면 자연스럽게 역사에 누구보다 관심 같게 되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쪽의 소재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은 계속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저울의 두 힘들이

팽팽히 마주 서서

 

먼지처럼 앉았다 이는

하루해 짧다 해도

 

달팽이 등짐을 지고

한 생을 넘고 있다

-「천칭의 시간」전문

 

천칭 저울은 천칭 접시에 깃털처럼 가벼운 것과 심장의 무게가 같아야 하며 심장이 무거울 땐 죽어서도 심정을 뜯어 먹히는 고난의 길이 있다고 한다. 양심과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쓰는 것이 천칭 저울이다. ‘천칭 시간’이란 결국 우리가 양심적이고 정의롭게 성실하게 살고하자는 상징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짧다면 짧은 것이다. 중장에서 “하루해 짧다 해도”하고 한 것이다. 그렇지만 고통스런 삶에는 일각이 여삼추일 것이다. 우리의 고통스런 삶도 짧다면 짧은 인생이지만 그 고통은 짧다고만 할 수 없다. 시간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기보다 주관적으로 존재할 때 고통은 더욱 길게 기쁨은 짧게 느껴지지 않는가.

“달팽이 등짐을 지고/ 한 생을 넘고 있다.”며 달팽이는 자기 집을 등짐처럼 짊어지고 다닌다. 시인은 달팽이를 통하여 우리의 삶을 바라본 것이다. 저 달팽이도 묵묵히 한 생을 넘어가는데 우리의 삶도 고통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 받아들일 때 행복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서도 한 사나이가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이 세상을 고난을 피하기 위하여 길을 떠나고 있다. 끝내 올바른 믿음으로 등짐을 벗게 되고 마침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성에 들어가게 된다. 「천칭의 시간」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북돋워 주는 작품이라고 본다.

 

 

 

6. 배종관 시인

 

 

배종관 시인의 「설악산 산행 후기」에서 “나는 설악산 전체의 볼거리를 100으로 했을 때, 일반관광 코스는 10%, 등산 코스가 90%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힘들게 땀 흘린 자만이 대자연 속에 흡수되고 진한 맛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라고 하였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른 것만도 7번이라는 배종관 시인은 산행을 좋아하는 시인임을 알 수 있다. 외국인 학자들의 눈에는 한국인에게 있어서 산은 종교와도 같은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사실 우리의 단군신화를 보더라도 삼위태백의 박달나무 신과 관련이 있다. 산에 들어가면 일반인들도 누구나 속세의 먼지를 잊어버리고 순수하게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가까운 산에 가도 그런데 높고 깊은 산은 더욱 인간을 순수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일단 배종관 시인의 심성을 맑고 고결할 것이라 본다.

 

 

주름살 깊이 페인 팔순의 내 어머니

헤쳐 온 시집살이 시린 설움 묻은 채로

이십층 아파트에서 감옥살이 하신다

 

호미질 하던 논밭 불빛 아래 감춰지고

성(城)보다 높은 벽속 겹겹이 가두었다

죄업이 무엇이길래 종신형을 받으셨나?

 

사라져간 고향집을 창 너머 바라보며

아득한 허공에서 한 세월 건너간다

이제야 알 것도 같네

산뻐꾸기 울은 뜻을

-「요즘 울 어머니」전문

 

첫째 수에서 이십층 아파트에 편안하게 모신 어머니를 “감옥살이 하신다”고 하였다. 연세 많으신 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신다고 모셨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감옥과 같은 생활일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늙고 병들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그런 곳에 가기 싫지만 자식들에게 등을 떠밀려 떠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또 농업 위주의 사회에서 맞벌이로 살아가야 하는 삶에서 좁은 아파트에 시어른을 모시고자 하는 며느리들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도 곧 늙어갈 처지임을 생각할 때 현대판 고려장임을 부인할 수도 없다. 첫째 수만보더라도 배종관 시인은 효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인의 아내는 더욱 존경받아야 할 덕성이 있는 분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자녀들과 산다면 아파트는 감옥이 아니라 천국일 것이다. 그렇지만 효자의 입장에서는 둘째 수에서도 “호미질 하던 논밭 불빛 아래 감춰지고”라며 농업을 하던 일은 물질적인 손익을 떠나 땅과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으로 “죄업이 무엇이길래 종신형을 받으셨나?”라고 하였다. 셋째 수에서는 “이제야 알 것도 같네/ 산뻐구기 울은 뜻은”이라고 하였다. 산뻐꾸기가 ‘우는’의 현재형이 아니라 ‘울은’으로 과거 시제로 표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야 어머니의 진정한 행복한 삶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안하게 모신 아파트가 어머니는 낡은 고향집보다는 못할 것이라며 어머니의 입장에서 어머니를 이해하고 있다. 요즘 전통문화가 훼손되고, 농촌 문화는 사라져 가고, 가족은 해체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목적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효도의 노래는 아무리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표현도 참신하게 현대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그렇지만 세련되게 표현되지 않아도 고려의 ‘상저가’처럼 진솔하게만 불러도 세월을 두고 공감하게 된다. 후세 교육을 위해서도 효도를 위한 모범적인 작품이라 본다. 이 작품 외에도 “단물은 다 내어주고/ 주름 주름 가득하다// 얼굴에 새겨 있는/ 내 몫을 헤어보니// 내 맘속/ 깊은 호수에/ 달이 빠져 웁니다.”(「어머니의 얼굴」전문)라며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또한 “어릴 적 그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온다/ 희미한 고향하늘 한 자락을 베어내니/ 그 시절 고향사람들/ 얼굴 또렷이 보인다// 지긋이 두 눈 감고 고향 달 쳐다보니/ 달무리 은은하게 파문으로 퍼져간다/ 눈시울 뜨겁게 하는 아버지의 징소리.(「풍물소리」전문)에서는 아버지를 회상하고 있으며 공동체 농촌 문화를 회고하고 있다. 부모님을 지극히 생각하는 배종관 시인은 효성의 시인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시인은 시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배종관 시인은 이 세 작품만 보더라도 훌륭한 시인임에 틀림없다.

이 밖에도 「가을 담은 낙동강」, 「구포야경」, 「산새는」등에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에 젖어드는 순수 서정을 노래하기도 하였다. “산새는/ 악보도 없이/ 건반을 두드리고”(「산새는」첫째 수 종장)와 같은 참신한 표현을 하기도 하였다. 「기능 올림픽」에서는 축구, 야구에 비해 19번째 종합우승을 한 ‘기능 올림픽’에는 신문 모퉁이에 작게 기사화 된 것에 대한 울분을 직설적으로 토로하여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조국의 귀한 보배들 이리 박대하긴가”(셋째 수 종장)라며 직설적으로 되었다. 전달은 분명하게 되지만 시는 목소리 높일 때 그 전달효과는 반감되기도 하리라 본다. 시적 형상화와 직설적 전언의 효과적인 표현은 우리 시인들의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

 

 

 

7. 나오며

 

참시조문학회의 『참 제9집』을 기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상문을 써 보았습니다. 시와 시인과의 소통이요 시조 사랑이란 시조 읽기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를 오독하더라도 읽고 그 느낌을 쓰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5명의 소수 회원이지만 알찬 연간집을 9회째나 빠짐없이 발간한 것에 우선 큰 박수를 보냅니다. ‘참’이란 작은 것에 오히려 완성이 높음을 석굴암을 통해서도 코벨 여사가 극찬한 바 있듯이 최고의 동인이 되겠다는 꿈이 이미 이루어졌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소수 인원으로 책 발간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울 것인데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그만큼 시조에 대한 애정이 뜨겁다는 것이겠지요?

편집에서는 참신성이 돋보였으며 내용면에서도 현대시조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5명의 회원들이 소통을 위해 문학기행, 편집회의 등을 하였으며 특히 2015년부터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전시회을 통하여 시조보급에도 활발하게 활동함을 알았습니다. 전시회 말고도 강의, 연수, 시극 출연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가장 모범적인 동인이라 여겨집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수많은 동인들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1980년 전후하여 동인 활동으로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습니다. 2000년대를 맞이하여 각종 문학지나 발표지면이 넓어지고, 대단위 문학 활동 단체가 형성되어서 동인 활동이 한 때는 폄하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문학 활동의 저변에는 동인의 활동이 활발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문학의 가장 근본이 되는 기초가 동인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동인을 만들었다가도 세월이 흘러감에 인원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회원 확보에 비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할 때 <참시조문학회>는 말없이 시조단을 향해 조용히 외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진정으로 시조를 사랑한다면 회원의 수가 많음에 있지 않다고. “그대가 진정으로 시조를 사랑하는가”하며 채찔질을 합니다.

<참시조문학회>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을 빌면서 부족한 글이지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참시조의 꽃이 피었습니다-참제9집(김우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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