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연의 동인지, 시집 평론

푸른 신호등인 이정원의 『코드 55』-김우연

가산바위 2016. 2. 23. 16:01

 

 

푸른 신호등인 이정원의 코드 55-현대시조(2016. 봄)-김우연.hwp

푸른 신호등인 이정원의 『코드 55』

 

김우연

 

 

 

영원한 젊은이 지산(止山) 선생 떠올리면

한파가 다가와도 열기 더욱 뜨거워라

4·18 피끓던 선창에 매화꽃이 피었다.

 

대밭의 푸른 바람이 책장마다 일렁이고

과거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면서

태극기 일찍 내걸던 광복 70주년 아침.

 

보릿고개 다 잊고서 피땀방울 다 잊고서

좌로만 나아가면 침몰하는 배가 되니

어둠 속 등대로 서서 불 밝히는 님이여.

 

무교동 들썩이던 그 사랑은 연리지네

홍오선 선생님과 시조 함께 가시는 길은

세계 속 꽃피울 시조에 북을 둥둥 울린다.

              -김우연, 「지산(止山) 이정원 선생

                                -『코드 55』를 읽고」 전문

 

 

2015년 11월에 이정원님의 칼럼·수필집『코드 55』가 세상에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정원 시인은 고희의 기념으로 제3시조집 『얼레와 어금니』(2015)로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데 이어 칼럼·수필집을 내는 괴력을 보였다. 그런데 제목부터 ‘코드 55’란 무엇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또 독특한 제목이라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으로 각인시킨다.

“통상 심폐소생술 코드 중 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심폐소생술은 ‘코드 55’라고 하며, 소극적 심폐소생술 코드는 ‘슬로우 코드’ 또는 ‘코드 54’라고 한다.”라며 제목의 비밀을 풀어내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은어와 암호가 절실할 때가 많다고 하였다.

시조시인이자 칼럼니스트이며 수필가로서 이정원님은 “지금 ‘코드55’는 내 남은 날들의 사랑 앞에, 문학 앞에, 가족 앞에, 푸른 불빛으로 켜져 있는 신호등이라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굳은 결의를 보이고 있다.

2005년에 계간《현재시조》에 등단하여 열심히 창작하면서 한편 칼럼·수필집을 발간하게 된 저력은 세상의 불합리와 모순을 바라보는 눈이 남달리 예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찍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하여 공직에 몸담아 수준 높은 식견을 갖추었으며, 재학 중에는 <고대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하면서 그 바탕을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대신문 편집을 한 선후배들은 사회에서 공직자로서, 정치가로서, 경제학자 등 쟁쟁하게 활동을 해왔는데 그들의 모임을 통하여 끝없이 우의를 다지면서 사회와 국가를 걱정하고 진단해 왔다.

이제 시인으로서 “시인은 사회를 진단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때로는 울분을 토하는 사회 고발자이기도 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정원님은「나의 고대 4·18 의거 참여기」에서 “나는 공연히 군중심리에 도취된 듯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서 대오를 뛰쳐나와 구호를 선창하기 시작하였다. 평소 내성적인 내 성격에서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나도 놀랄 지경이었다. 신설동쯤에서 또다시 깡패들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기성세대는 각성하라’. ‘부정선거 다시 하라.’, ‘독재를 타도하자’ 하고 선창하면 학생들은 목청이 터지도록 이 구호를 따라 후창하였다. 캄캄한 밤하늘을 타고 메아리치는 학생들의 함성은 자유당 정권의 말로를 예견하는 조종소리와 같았다.”고 하였는데, 시인 이전에 일찍부터 지사(志士)였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정원님은 고향 충남 예산의 대술면 방산리에 영의정을 지내신 아계 이산해(李山海)님의 산소가 모셔져 있는데 명문가 한산이씨의 집성촌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정신의 맥을 은연중에 이어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아내 홍오선 시인으로부터 시조를 배워서 늦게 등단하였지만 남달리 시조를 사랑하며 불꽃을 태우고 있음도 이번 『코드 55』에서 발히고 있다.

“시조 보급 운동을 통하여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서 외국에서 사랑받는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조의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의 교육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 국민들로부터 시조시인이 대접 받는 사회로 바뀌어야 합니다. 자유시를 쓰는 사람들이 문학을 독점해서는 안 됩니다. 자유시만의 세계화를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시조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하며, 시조단의 문제점인 지역주의, 인맥주의, 순번주의 등을 타파하자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조에 대한 사랑이 남달리 뜨거움을 알 수 있다. 이정원님은 2015년에는 시조와 칼럼 쓰기에 힘을 너무 쏟아 건강을 헤쳐서 지금은 건강회복을 위해서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 등을 멀리해야 한다고 한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이지만, 제3시조집『얼레와 어금니』(책만드는 집, 2015) 해설에서 “아내, 어머니, 그리고 마음속에 묻은 이름 석 자로 이렇게 가득 출렁이는 이번 시집은, 그 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기 확인으로서의 사랑의 고백록이라 할 것이다.”고 유성호 교수는 해설에서 밝히고 있듯이 많은 감동을 주었다.

시조와 칼럼·수필로서 세상에 큰 관심과 기대를 받은 이정원님의 앞날에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면서 두서의 시로써 축하하는 바이다.

푸른 신호등인 이정원의 코드 55-현대시조(2016. 봄)-김우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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